이월의 세번째 날.
많은 일이 있었고, 순식간에 날이 밝고 날이 저물었다.
인간의 육체는 정신과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.
어떠한 방법으로든 정신만이 존속하게 된다면, 인간은 분명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다른 존재가 될 것이다.
사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하나의 구성개념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.
 사람들이 내게로 오고 사람들이 내게서 간다.[각주:1] 그 가운데 나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요동치고 때때로 공명하며, 점멸한다. 마치 하나의 유기교류전등[각주:2] 처럼 그렇게 깜빡인다. 의식의 불멸성에 관한 문제는 종종 나를 강렬하게 사로잡는다. 유기체의 해체는 곧 의식의 소멸로 이어진다는 가설이 지금으로써는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, 적어도 나 자신에게 있어서는 지켜보고 사유하는자로써의 '자아'가 꾀나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다.  내가 어쩌면 이러한 가치 부여도 인간이라는 종의 유전자에 내제된 자기보존충동의 발로일는지도 모를 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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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지난 며칠간은 깁슨의 초기 사이버펑크와 릴아당의 단편집을 읽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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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문득, 작년, 몇 번인가 눈 내린 끝에 출간된 김경주의 시집이 눈에 들어온다. 분명, 우리는 '시차에 매인' 존재. 시간을 가로질러 삶을 영위한다면 아마 많은 것이 달라지겠지. 인간에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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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어떤 이를 소개받았다. 노문학을 전공한 이. 첫 만남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아흐마또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못한 게 당연하지 않은가?
 인간에게는 때때로 소통이 필요하고, 그럴 수 있는 다른 개체를 만나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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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병리학 스터디가 다음주부터 시작된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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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I가 곧 본과 3년째에 접어든다. 그 삶의 강도를 익히 지켜보아 아는 나로써는, 스타카토처럼 또박또박 하루하루 찍어나가게 될 일년이  순조로이 지나가기를, 무엇보다 건강하기를 바라며, 문득, 만월을 갓 벗어난 달을 올려다 볼 뿐.

  1. (「생의 감각」中, 김광섭) [본문으로]
  2. (『봄과 아수라』서문 中, 미야자와 겐지) [본문으로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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